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

Ⅰ. 서론

  1941년 영국은 제2차대전이 진행되고 있었고, 노동조합총연맹의 청원으로 부처 간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들은 국민건강보험제도와 관련된 사실들을 분석하여 따져보기 시작했고, 이를 토대로 1942년 11월, 베버리지 보고서가 제시되었다. 베버리지 보고서(Beveridge Report)는 건강보험과 실업보험, 연금 등 전 국민 대상 사회보장제도를 정리하고 손질하는 내용을 주 골자로 한다. 사회보장제도가 확대될 수 있도록 윌리엄 베버리지(William Henry Beveridge)에 의해 구상된 이 보고서는 세계 제2차대전 이후에 영국이 걸어야 할 복지국가 방향성의 길을 제시해주었고, 이것의 정식적인 명칭이 사회보험 및 관련 서비스(Social Insurance and Allied Services)이었다. 여기서는 베버리지 보고서의 등장 배경과 주요 내용을 알아봄으로써 그 내용을 상세하게 들여다보도록 한다.

Ⅱ. 본론

1. 베버리지 보고서가 등장하게 된 사회적 배경

  복지국가로의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했던 시기가 세계 제1차대전 종료 후 제2차대전을 지나면서였다. 이때 경험한 여러 가지 정책적인 행보가 이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 대공황으로 실업자들이 쏟아져나왔고 국민 생활이 불안정해졌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극복책이 1929년 제시되었다. 이것이 복지국가가 처음 생겨난 근원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시기는 영국 내 노동당이 최초로 두 차례나 정권을 잡게 된 시기였고, 심각한 산업의 불황으로 인해 1926년 총파업과 같이 자본주의는 극심한 도전을 받게 된다. 전쟁이 끝날 무렵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인해 국가는 국민의 생활에 깊게 개입할 크나큰 계기를 얻게 된다. 불황의 시기로 여겨지는 이때는 실업이나 빈곤 등 여러 가지 생활 내 불안을 겪었고, 기존에 유지되었던 제도들이 더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따라서 이 시기는 영국 내 복지제도가 발전될 수밖에 없었던 계기를 마련한 가장 중요한 기간이다.

  이 기간이 결정적 원인과 기회가 되어 사회보장의 적용 범위 및 개념은 폭넓게 확장되었다. 그 때문에 사회보장은 1930년대 초 경제적 불황의 산물이라 불리기도 한다. 세계 제1차대전이 종료된 이후 실업이 대량으로 일어났다. 이는 실업보험으로 마련된 재정을 파탄시켰고, 실업보험으로 소득을 보장받는 실업자 수는 1920년과 1921년 사이에 16.2%까지 늘었다. 기존의 급여 제한 기간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상태로 직면하여 급여가 지급되는 기간이 연장되는 연장급여를 시행하기도 했지만,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마저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1930년대는 대량 실업이 실업보험 기구가 가진 한계를 절실히 보여주면서 지방 당국들이 많은 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노동당이 자본주의 그 자체보다 그것이 가진 모순을 지속해서 반대하고 있었고, 이들은 정기적 임금과 완전고용, 폭넓은 사회복지서비스가 가미된 자본주의에 적극적인 찬성을 표하고 있었다. 노동당 구성원들은 노동계급을 대표하는 정당으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정당이라 여겨지기를 바라며 계급적인 성질의 정책 마련보다 국민적인 성격의 정책 마련을 더 희망하였다.

  1941년 TUC)는 노동당에 소속된 장관 그린우드(A. Greenwood)에게 권하여 베버리지 위원회를 창설했다. 이때 실업보험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윌리엄 베버리지가 의장으로 추천되었다. 베버리지 위원회는 벌써 폐지되었던 왕립노동자 보상위원회가 가지고 있던 일들을 이어받아 전쟁 이전에 빈틈이 많았던 의료보험을 정비하였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점점 더 강해졌던 가족들의 수당에 대한 요구를 어느 정도 피하기 위한 방책들을 만들기도 했다. 베버리지가 제시한 이 보고서는 이전에 시행되던 모든 사회복지 제도에 대해 다루고 있었고, 허물어졌던 것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자 했다. 최저생계를 보장할 정도의 가족수당과 보편적 국민 보건 서비스, 모든 사회적인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사회보험제도를 보고서에 담았다.

2. 베버리지 보고서의 주요 내용

  베버리지는 국가의 재건을 위해서 다섯 가지 해결해야 하는 사회악을 제시했다. 빈곤과 질병, 나태와 무지, 불결과 같은 것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사회보장제도가 필요함을 주장하였으며,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소득보장과 질병을 대비한 의료보장, 나태에 대한 정신교육과 부지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 불결에 대한 보건과 위생, 주택 정책 등을 이야기했다.

  베버리지 보고서의 첫 번째 기본원칙은 균일한 생계급여이다. 일상적 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거나 실업 또는 장애로 급여가 중단되는 경우 소득과 상관없이 보험급여가 동일 적용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원칙은 소득을 상실하기 전의 생활 수준이 보장된다는 것보다는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 기본원칙은 균일한 기여금이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내는 기여금은 소득의 정도와 관계없이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소득수준이 큰 사람은 세금을 더 많이 내 이 세금을 통해 사회보험 기금을 일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보면 부유한 계층은 세금을 더 많이 내고, 그 세금이 정부 보조기금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기여금을 더 많이 부담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로 행정 책임의 단일화를 이야기한다. 경제성을 생각했을 때 행정적 체계를 단일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관점이다. 이 단일화된 행정적 체계 내에서 사회보장에 대한 업무 전반을 관리하여야 하고, 기여금 모두를 사회보험기금에 적립하여 그곳으로부터 모든 보험과 급여 지출이 지불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인적, 물적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감소시키고자 행정 책임의 단일화를 말한다.

  네 번째는 급여의 적절성을 말한다. 급여는 반드시 최저생계를 보장해야 하며 급여 기간도 충분하게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산조사와 기한을 두지 않고 급여가 지급되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이를 방지하면서 생계유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한다. 베버리지는 빈곤의 기준선보다 더 높은 급여가 지급되어야 하고, 실업 또는 질병과 같은 적절한 사유가 있는 경우 기한을 두지 않고 급여가 지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섯 번째는 포괄성이다. 사회보장이 적용되는 대상과 그 대상자들의 욕구와 관련하여서는 포괄적으로 다루어져야 하고, 보편적 위험 요소들에 대해서는 사회보험이 그 책임을 맡아야 한다고 하였다. 전 국민에게 해당하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사회보험의 대상이 설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기본원칙은 적용 대상의 분류이다. 사회보험이 포괄적으로 적용되고 단일화시켜 관리되어야 하지만, 지역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생활 모습들을 다양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근로소득을 받는 사람, 다른 어떠한 방식으로 소득이 발생하는 사람, 가정 살림을 하는 사람과 같이 무보수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근로 기준 연령대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 이전 소득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 등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분류들은 보험이 적용될 경우 서로 다른 환경과 요구에 분별력 있게 운용되기 위함이다. 


Ⅲ. 결론

  베버리지 보고서는 세계 제2차대전 이후 실업과 빈곤의 어려움 속에 국가가 이에 대한 관리와 비용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이는 후에 많은 사회보장법을 제도화한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 1944년에는 오래도록 이어져 내려온 영국의 구빈법이 폐지되고 장애인고용법 제정, 사회보장청 설치와 같이 경제적 소득보장책으로서의 사회보장체계가 여러모로 확립되었다. 1945년에는 가족수당법을 제정하였으며 1946년에는 국가 보건 서비스법, 국가 부조법, 국민 보험법이 제정되기도 하였다. 1948년에는 고용·직업훈련법, 아동법, 국가 부조법 등이 제정된다. 결과적으로 베버리지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구빈법을 전환 시키고, 임금노동자들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었던 사회복지의 범위를 전 국민에 확대되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이는 2차대전 이후의 영국 사회보장제도와 이외 자본주의 국가들에 사회보장제도가 폭넓게 세워질 수 있도록 이바지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본다.


참고문헌
베버리지 보고서의 사회보장 원칙과 가정에 대한 비판의 타당성 검토. 한국사 회복 지학
사회복지서비스:한국산업인력공단. 진한엠앤비. 2015
영국 국민보험의 개관과 시사점. 한국 법학회. 2018
베버리지가 들려주는 재정정책 이야기. 자음과 모음. 2013
영국 사회복지 역사 연구의 동향과 시사점. 한국사회복지역사학회. 2019